SO의 평판 시스템

에오닐, 2014/07/15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의견이며, SE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 사실은 부정확할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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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반복되는 스팸, 악플, 나쁜 질문 및 답, 플레임, 논쟁 등이 끝없이 이어지며, 이는 사람들을 떠나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리는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이를 위해 전문 운영자(속칭 “알바”)를 두지만, 이는 거의 작동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전문 운영자라고 해도 커뮤니티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으며, 전문적인 주제에 대한 사이트일 경우, 이 운영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가장 이상적인 해답은 사용자들이 스스로 다른 사용자들을 감시하는 것입니다. 사용자들은 커뮤니티를 가장 잘 아는 당사자들이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누가 다른 사람을 판단할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부적격자가 다른 사람을 판단하게 되면 별도의 운영자와 다를게 없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운영권을 쥔 파벌 형성 등으로 인해 커뮤니티 자체가 죽어버립니다.

모든 사람들이 사이트를 정화하기를 원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이러한 정화에 대한 의지는 쉽게 전파되지 않고, 회사측의 운영자는 손이 부족하고, 이를 회피할 방법은 아주 많고, 많은 사용자들은 굳이 사이트를 깨끗하게 유지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고, 설령 생각이 있다 해도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SO는 이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어떻게 사이트를 깨끗하게 유지하려는 의지를 전파하고 이를 수행하고 있을까요?

그 핵심은 평판입니다. 기본적으로 SO 유저는 다른 유저의 포스팅(질문/답변 양쪽)에 1점의 점수를 매길 수 있습니다. 추천시에는 +1점, 비추천시에는 -1점입니다. 이는 일종의 투표입니다. 이 투표에 따라 “평판”이라는 점수가 생기며, 점수를 많이 획득했다는 것은 그 포스팅이 다수로부터 많은 수의 추천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즉, 내용이 좋다는 것이죠. 결국 좋은 내용의 포스팅을 많이 하는 유저가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되고, 좋지 않은 포스팅을 반복하는 유저는 점수가 계속 내려갑니다. 그러므로 이 “평판” 점수는 일종의 신뢰 및 권위를 가지게 되며, 이는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주므로, 거의 모든 사용자들은 이 평판 점수를 강력하게 원하게 됩니다. 일종의 PageRank 알고리즘이죠.

하지만 다른 사이트의 투표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이미 많은 사이트들이 일종의 추천/비추천 투표를 실시하고 있으나 그들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SO는 조금 다릅니다. 다른 사이트는 거기에서 끝나지만, SO는 이 시스템을 끝까지 밀어붙였습니다. SO에서는 평판을 “타인을 평가할 수 있는 자격”으로 재사용합니다.

타 사이트와 달리, SO에서는 처음부터 추천과 비추를 할 수 없습니다. 신규 사용자는 평판 10점을 얻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의 포스팅을 추천할 수 없습니다. 최소한의 예절과 시스템을 익힌 후부터만 추천을 가능하게 하여, 무분별한 추천이나 자동 추천, 사기, 어뷰징을 근절합니다. 평판 50점을 얻어야지만, 다른 포스팅에 코멘트하는 것이 가능하며, 평판 125점을 얻어야지만 “비추천”을 할 수 있습니다. “비추천”은 악용되면 문제가 크므로 더 많은 평판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점수가 높아질수록 권한은 점점 더 커져서 아주 높은 점수를 가진 사용자는 위키피디아처럼 타인의 포스팅을 편집해 더 좋게 바꿀 수 있으며(기본적으로 SO는 위키입니다), 좋지 않은 포스팅을 닫도록 투표할 수 있고 (5명이 동의하면 바로 닫힙니다), 삭제하도록 투표할 수도 있습니다. 카테고리 태그를 만들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한 편집분을 리뷰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서 파벌 형성(친목질)의 요소가 상당부분 제거됩니다. 125점 이상의 모두가 비추천을 할 수 있으므로, 모두가 모두에 대한 견제를 하는 시스템이 됩니다. 파벌을 형성하려는 쪽은 수가 적을 수 밖에 없으므로 자연히 도태됩니다. 또한, 결정적으로, 친목질을 할만한 공간이 없습니다. 자유게시판같은 공간이 없으며, SO는 오로지 실용적인 대화만 하도록 강제됩니다. 심지어 감사인사도 너무 장황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좋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평판별 권한 목록 표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닙니다. 조정자(moderator)들이 있어서, 이들이 최종적인 사이트 관리를 담당합니다. 이들은 구식 개념으로 보면 일종의 게시판 관리자인데, 회사에 고용된 사람들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투표해서 뽑은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1년에 한번씩 선거를 하는데, 입후보하고 선거 운동을 해서 당선된 사람이 조정자가 되어 활동합니다. 사이트의 모든 관리는 이들 조정자들이 하며, 크래킹이나 어뷰징 수준의 이슈가 아닌 한 회사측은 거의 아무 간섭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악의적인 조정자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사용자들과는 달리) 모든 조정자들의 활동은 전부 기록되며, 최악의 경우에는 특정 절차를 통해 제외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초기 방향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 평점이 높은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끌어가는 방향을 좌우하니까요. 초기에 이상한 사람들의 평점이 높다면 이상한쪽으로 끌고갈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이트 런칭 기준이 존재합니다. 기존 사이트에서 200점 이상 평점자 100명을 모아야 하는데, 이는 기존 SO의 방향을 충분히 익히고 이를 잘 따르는 사람들이 초기 견인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회사측은 소수의 코디네이터(community coordinator, 보통 1명)만 두고 있으며, 이들은 사이트의 조정자들과 연락하여 SO 사이트의 방향성을 위에서 말한 이상적으로 곳으로 끌고 가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SO는 시스템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사람들의 인위적인 노력도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시스템은 이러한 노력을 효과적으로 전파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결론적으로 모든 SO/SE 사이트들은 실제로 근본적으로 SE팀의 방향을 따르고 있으며, 이 방향이 어긋난다면 커뮤니티도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이 그 방향성 아닌가요? SO의 방향성은 지금까지 존재한 어떤 커뮤니티보다 더 가치있는 정보를 생산하는 것으로 증명되었습니다. (물론 이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방향성을 효과적으로 강제하도록 하는 툴이 평판 시스템입니다.